스프라이트는 왜 초록색일까? 브랜드 컬러에 담긴 비밀

2019. 4. 29

각 브랜드마다 고유의 컬러가 있다. ‘코카-콜라’ 하면 빨간색을, ‘환타’는 주황색을, ‘스프라이트’ 는 초록색을 떠올린다.

스프라이트는 1961년 출시부터 지금까지 초록색을 써왔다. 판매 현장, 자판기, 제품 패키지, 광고 등에 지속적으로 초록색을 사용함으로써 꾸준히 브랜드 자산을 쌓아왔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제 초록색을 보면 자연스럽게 스프라이트를 떠올리게 됐다.

컬러 포지셔닝을 잘 한 브랜드는 소비자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며 교감의 거리를 좁힌다.

빨간색으로 깔맞춤을 하고 온 친구에게 “오늘 패션이 콜라 같다?”라고 말하며 코카-콜라를 떠올린다. 초록색으로 꾸며진 스프라이트 여름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즐거운 경험과 함께 스프라이트를 기억한다.

브랜드 고유의 컬러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트에서 음료를 고를 때 멀리서 색깔만 보고도 어떤 음료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컬러는 브랜드의 고유한 식별 방식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왜 초록색인가?

그렇다면 스프라이트에 보라색도, 분홍색도 아니고 왜 초록색을 쓰기 시작한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초록색이야말로 갈증을 해소하고 가슴속까지 상쾌하게 물들이는 스프라이트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컬러이기 때문이다.

초록색은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이며, 상쾌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다른 컬러에 비해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시각적으로 시원함을 어필할 수도 있고 스프라이트의 상쾌함을 그대로 나타내주기도 한다.

매년 한 가지 색을 올해의 컬러로 선정하는 팬톤색채연구소(PANTON Color Institute)는 2013년 초록색을 대표 컬러로 꼽으며,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색이자,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색”이라고 초록색의 매력을 정의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다 같은 초록은 아니야

2006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파란색 스웨터를 입은 그녀의 비서 앤디(앤 해서웨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네가 입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어. 그건 그냥 파란색이 아니야. ‘청록색(turquoise)’도 아니고 ‘감청색(lapis)’도 아니지. 정확히는 ‘세룰리안 블루(cerulean)’야"

컬러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는 대사다.

스프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초록색 스펙트럼 안에도 엄청나게 많은 색이 있지만, 스프라이트의 초록은 신선함과 활력을 무기로 통통 튀는 개성을 강조한다.

스프라이트가 전 세계 쿨한 청춘들의 음료로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에서는 젊음과 자유의 상징인 힙합 뮤지션들을 마케팅 모델로 내세우고 있으며, 국내는 상쾌한 매력을 지닌 떠오르는 청춘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워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스프라이트 모델 정해인)

컬러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

컬러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 또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코카-콜라가 특유의 레드 컬러와 디자인으로 사랑 받고 있는 것처럼 스프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스프라이트 병 겉면에 동그랗게 패인 딤플(dimple) 모양은 스프라이트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스프라이트를 열었을 때 올라오는 탄산(공기방울)을 나타낸다.

코카-콜라 북미 지역 스프라이트 브랜드 담당자 바비 올리버(Bobby Oliver)는 초록색과 다양한 디자인 요소의 조화로움이 한데 모여 스프라이트 특유의 신선하고 상쾌한 매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스프라이트 출시 후 1960년대에는 상표를 비롯해 포장 팩, 광고 등에서의 통일성을 위해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구축해나갔다.

TV에서 본 스프라이트, 마트에서 본 스프라이트, 광고 포스터에 그려진 스프라이트가 조금씩 다른 컬러와 형태를 보인다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프라이트는 업계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나갔다.

1967년에는 미국 인구의 85%, 전 세계 38개국의 소비자들이 스프라이트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스프라이트 상표와 라벨 디자인은 신선함을 더욱 강조하고, 수많은 음료들 중에서 더 돋보일 수 있는 형태로 조금씩 변화되어 왔다.

친환경 무색 페트병 스프라이트로 새롭게 태어나다

(새롭게 출시된 스프라이트 친환경 무색 페트병)
 

2019년, 스프라이트는 또 한 번 의미 있는 변화를 했다.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재활용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초록색 유색 페트병을 단일재질의 무색 페트병으로 바꾼 것이다.

그와 함께 전 세계 라벨 디자인도 변경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라벨 디자인은 초록색 바탕에 노란색 스파크를 강조해 스프라이트의 다이내믹한 느낌을 표현했다.

무색 페트병과 대비되어 초록색의 활력과 강렬한 상쾌함이 더 강조된 모습이다. 

브랜드 컬러 관점에서 페트병에서 초록색 비율이 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초록색을 지키기 위한 변화다. 

스프라이트가 지키고 싶은 ‘초록’은 패키지에 초록색 비율이 많냐, 적냐, 더 극적으로 눈에 띄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것,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 마음 속에 살아 숨쉬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이 스프라이트가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이다* 브랜드로 계속해서 자리매김해나가는 방법이다. 

* 출처: CANADEAN / 2017년 글로벌 판매량 / 사이다: Sweetened, clear sparkling soft drinks의 국내 명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