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부드러운 밀크 탄산처럼,
암바사 제로
2024. 08. 23
#상쾌한 탄산, 몽글몽글한 밀크 그리고 추억의 만남, 암바사!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마시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음료를 고르고, 때로는 숨겨진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어떤 경우에는 의식을 하고 음료를 고르기도 한다. 마실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이 음료’를 원하는 것이다. 나에겐 그것이 닥터페퍼였고, 암바사였다.
맑은 하늘을 보면 절로 떠오르는 밀크 소다 암바사. 코카-콜라 오프너(Opener)* 마시즘. 오늘은 암바사와의 추억을 열어본다.
수많은 음료 중에 오직 암바사
암바사는 나에게 특별한 취향을 보여주는 음료였다. 어릴 적 뜻은 모르지만 멋지게 생긴 이름과 캔의 디자인에 반해 이 음료를 집었던 기억이 있다. 우유 같은 부드러움과 요구르트 같은 상큼함, 그리고 톡톡 튀어 오르는 탄산까지, 완벽한 녀석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어? 너는 암바사를 좋아하는구나?"
그렇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암바사를 좋아하는 녀석’으로 통했는데, 내심 그렇게 불리는 것을 즐겼다. 알고 보니 이런 우유 탄산음료의 문을 연 음료가 '암바사'였다. 무려 1984년에 출시된 근본 중의 근본 음료라는 것. 원조의 위엄을 자랑하듯, 암바사 패키지 가운데는 'Born in 1984'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그렇게 암바사의 매력에 빠진 나는 암바사의 매력을 알리는 '암바사주의자'가 되었다. 암바사를 마시면 맑은 하늘의 구름을 마시는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을 주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암바사를 마실 때 주의해야 할 것들
그것은 가족이었다. 아니 자세히 들여보면 '암바사의 다양한 쓸모'였다고 보는 게 맞겠다.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암바사를 냉장고에 하나둘 쌓아두면, 다시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이게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는 것이다.
어떤 날은 엄마의 손에 들려져 '수박화채'의 화룡점정으로 쓰였고, 또 어떤 날은 술을 좋아하는 삼촌의 손에 들어가 '암바사주'로 다시 태어났다. 내 암바사를 마시고 왜 삼촌이 평소보다 더 달큰하게 취해 돌아가는 줄 몰랐는데, 그 참 뜻을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알게 되었다.
어린 나는 '암바사'란 만들어진 그대로 마셔야 가장 맛있다는 근본주의자였다. 왜 맛있는 음료를 자꾸 다른 데에 섞어? 하지만 여러분도 조심하길 바란다. 암바사를 무언가에 섞기 시작할 때 진정 출구 없는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그렇다. 암바사로 울고불고 다퉜던 가족들 역시 암바사주의자였던 것이다.
※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제로가 된 암바사, 추억을 만나다
사춘기처럼 지나간 암바사와의 사랑을 돌아본 것은 우연한 계기다. 편의점에 '암바사 제로'가 보인 것이다. 푸른 하늘빛이 맴도는 디자인 때문인지 훨씬 몽글몽글해진 느낌이지만, '부드러운 밀크 탄산'이라는 말은 여전하다. 게다가 '제로 칼로리'로 나왔으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칼로리를 보게 된 어른이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그렇게 '암바사 제로'를 마셨다. 잔에 따라진 모습이 파란 하늘의 구름 같고, 마셨을 때 느끼는 우유 같은 부드러움과 요구르트 같은 상큼함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암바사를 마시고 으쓱했던 추억이 자글자글한 탄산을 따라 올라온다.
날씨로 치자면 ‘암바사’는 그림 같은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 ‘암바사 제로’는 맛은 그대로지만 제로답게 좀 더 가벼운 쾌청한 하늘 같은 느낌이다. 둘 다 너무 반갑다. 천장에 갇혀 있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오랜만에 맑은 날씨를 만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니까. 사무실에서 암바사 제로를 마시며 추억에 잠겨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동료가 말했다.
"어? 암바사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