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은 없지만, 홈카페는 하고 싶어
2020. 12. 29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가지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때 간다. 일할 때도 가지만, 쉴 때도 간다. 하지만 지금은 가기가 어려운 곳, 바로 '카페'다. 뭔가 일상에서 중요한 공간을 빼앗긴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지. 집에서 만들어 마실 수밖에. 그렇게 홈카페를 하겠다며 인터넷 쇼핑을 켰다. 커피머신과 적당량의 원두, 비커와 컵 같은 기초적인 장비만 챙기면 적당히 50만원만 있으면 되겠는걸? 잠깐만 커피 한 잔 내리는데 50만원이요?...
커피머신은 없지만 코카-콜라 오프너(Opener)*인 나에게는 '조지아 크래프트'가 있다. 아메리카노부터 카페라떼, 밀크티라떼까지. 이 정도만 있으면 어느 카페 부럽지 않은 시그니처 메뉴도 만들겠는걸? 그동안 좋은 음료를 마시기만 했던 마시즘. 오늘은 장인정신을 발휘해서 조지아 크래프트를 홈카페 시그니처 메뉴로 바꿔본다. 언제까지 집에서 달고나 커피만 만들고 있을 수는 없잖아!
1. 조지아 크래프트 민트 아메리카노
(조지아 크래프트 블랙 + 민트 시럽)
(콜라가 아닙니다, 민트 아메리카노입니다!)
민트초코는 너무 대중적이다. 때문에 민초파(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는 더 이상 힙스터가 아니다. 솔직히 '민메리카노(민트+아메리카노)' 정도는 되어야 특별한 커피 취향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가 너무 좋아해서 본사 안에까지 들여왔다는 민트 모히또 커피. 재료는 간단하다. 조지아 크래프트 블랙에 페퍼민트(혹은 민트 시럽)만 있으면 된다.
1. 뜨거운 물에 페퍼민트 차를 우려낸다.
2. 조지아 크래프트 블랙을 넣는다.
3. 애플민트 잎을 위에 동동 띄운다.
고소하고 깔끔해서 마시기 좋은 조지아 크래프트 블랙에 입안을 시원하게 해 줄 민트가 더해졌다. 깔끔함을 넘어서 입안이 상쾌해지는 맛으로, 내가 방금 커피를 마셨다는 사실도 잊게 한다.
2. 조지아 크래프트 허니 시나몬 라떼
(조지아 크래프트 카페라떼 + 시나몬 가루 + 꿀)
(스파이시한 조지아 크래프트 라떼라고 들어봤니?)
조지아 크래프트 카페라떼는 대용량임에도 물리지 않고 오랫동안 마실 수 있는 마시즘 최애 커피 중 하나다. 하지만 마시즘 홈카페에서 라떼란 독특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미 내가 좋아하는 완성형 맛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 고민하다가 발견했다. 바로 시나몬 가루(계피가루)를 추가하는 것이다.
1. 조지아 크래프트 라떼를 따른다.
2. 조지아 크래프트 라떼 위에 우유거품을 올린다.
3. 우유거품 위에 시나몬 가루를 솔솔 뿌린다.
4. 가루 위에 꿀을 한 번 더 두른다.
조지아 크래프트 카페라떼의 모나지 않고 풍부한 맛에 톡톡 튀는 시나몬을 곁들였다. 그리고 한 바퀴 꿀까지(초코 아이스크림 속 초코칩 같은 맛이 난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마시기에는 역시 조지아 크래프트 카페라떼가 최고지만, 정말 고생한 날 기분 내고 싶을 때는 허니 시나몬 라떼 한 잔 정도는 마셔줘야겠다.
3. 조지아 크래프트 바나나 밀크티 라떼
(조지아 크래프트 밀크티 라떼 + 바나나 시럽)
(바나나 밀크티라떼를 마시면 반하나(?!))
색다른 맛으로 변주하기 좋은 조지아 크래프트 블랙과 카페라떼에 비해 '밀크티라떼'는 영 고민이 된다. 지난 <카페에 가진 않지만, 밀크티 덕후입니다>에서도 말했듯이 밀크티라떼는 찻잎을 블렌딩 하는 것부터 굉장히 섬세하게 만들어졌다. 독특한 재료를 넣었다가 밸런스를 깨기보다는 풍미를 더하는 재료를 넣는 것이 좋겠다. 이를테면 바나나 같은 것 말이다.
1. 카라멜 시럽을 컵에 넣는다
2. 바나나 시럽을 위에 뿌린다
3. 조지아 크래프트 밀크티 라떼를 붓는다
4. 우유 거품을 위에 살짝 두른다
5. 얇게 자른 바나나를 위에 얹는다
우유 거품은 따로 우유 거품기를 사기 어려우니 '뚜껑을 닫을 수 있는 빈 병'에 우유를 넣고 흔들어주면 제법 단단한 우유 거품이 생긴다는 것이 팁. 향긋하고 풍성한 조지아 크래프트 밀크티 라떼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달콤한 바나나의 느낌을 얹었다. 상큼한 게 좋다면 바나나 시럽 대신 딸기 시럽을 넣어도 좋겠는걸?
4. 조지아 크래프트 스위트 아인슈페너
(조지아 크래프트 스위트 블랙 + 생크림 + 연유)
(조지아 크래프트계의 막내, 스위트 블랙이요!)
끝난 줄 알았는데 조지아 크래프트 시리즈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스위트 블랙' 버전이 나온 것이다. 뜨겁게 내린 커피의 향긋함과 차갑게 우려낸 커피의 깔끔함을 모두 가진(듀얼브루라고 부르더라) 조지아 크래프트 블랙에 달달함을 더한 것이다.
보통 제품으로 나오는 스위트 아메리카노들이 단 맛이 너무 도드라져서 다 마시지 못하고 질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용량도 큰데 부담이 없다. 굳이 다른 것을 추가하기보다는 원본으로 마시고 싶은데... 때마침 만들지 않은 메뉴가 있었구나. 힙하다는 카페에는 언제나 있다는 그 커피. '아인슈페너'말이다. 연유와 빵집 생크림만 있다면 여기가 비엔나 카페라고.
1. 달달 취향에 맞춰 연유를 붓는다
2. 빵집에서 산 생크림을 연유에 넣고 묽어질 때까지 젓는다.
3. 컵에 얼음을 넣고 조지아 크래프트 스위트 블랙을 붓는다.
4. 조지아 크래프트 스위트 블랙 위에 크림을 올린다.
5. 초코파우더나 시나몬가루를 뿌려 멋을 낸다.
아인슈페너를 마실 때는 약간의 법칙이 필요하다. 휘핑크림 얹은 라떼 메뉴 먹듯 휘휘 저어버리는 것이 아닌 크림과 커피를 따로 마셔야 하는 것. 처음에는 크림을 한 스푼 떠먹어 보기도 하고, 크림과 함께 커피를 마셔본다. 물론 권장사항이고 이렇게 마시다가 섞어서 더욱 부드러운 맛으로 마셔도 무방하다. 만드는 것보다 마시는 방법이 다양해서 즐기는 재미가 더 있다.
조지아 크래프트 시리즈
때로는 순정으로, 때로는 홈카페용으로
(순정으로 마셔도 즐겁지만, 홈카페 버전도 독특한 재미를 준다)
커피머신이 없어도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 같은 음료들을 만들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기보다는 애초에 맛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조지아 크래프트 시리즈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지만(...) 만족감은 꿈에 그리던 카페를 창업한 느낌이랄까. 메뉴를 고민하고 만들어 보면서 음료를 마시는 재미를 넘어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홈카페의 끝은 인증샷이다. 어느 핫플레이스 부럽지 않은 마시즘 홈카페의 메뉴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그러면 사이버 손님들은 눈으로 마시고, 좋아요로 값을 낸다). 친구들은 말한다. 홈카페 홈카페 노래를 부르더니 커피머신을 산 것이냐고. 미안하다. 영업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