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호킨스에서 날아온 기묘한 뉴 코-크
2019. 08. 09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의 신스틸러 '뉴 코-크'
한 여름밤 열대야를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샤워 후에 소파에 앉아서 보는 으스스한 드라마. 그리고 시원한 코카-콜라가 아닐까? 전설의 고향 한 편도 제대로 못 봤던 쫄보가 무슨 소리냐고.
올여름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가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거든.
기묘한 이야기가 돌아왔다
뉴 코-크를 들고
(기묘한 이야기 시즌별 포스터, 정말 많이 컸구나 아이들도 괴물도)
어느덧 시즌 3다. 마이크, 윌, 루카스, 더스틴, 일레븐, 맥스 동네 쪼꼬맹이들은 훌쩍 커버렸고, 킹카(였던) 스티브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호구미(?)를 발산하게 되었다. 괴물이 활보하는 흉흉한 마을 분위기도 여전하다.
나는 동네 사람의 안부를 확인하듯 호킨스 마을의 인물들을 따라가다가 뜻밖의 장면을 발견했다.
"뭐야 코카-콜라가 변했잖아! 설마 이거 뉴 코-크(New Coke)?"
코-크 덕후라면 알 것이다. 1985년에 잠깐 나왔다가 사라진 전설의 코카-콜라. 세상에 나온 시간은 잠깐이었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뉴 코-크가 드라마에 나와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정주행이다.
오늘 밤, 코카-콜라의 오프너*이자 명예 호킨스 주민(?) 마시즘과 함께 뉴 코-크를 만나러 가자. 호... 혼자 가면 무서우니까.
* 오프너(Opener)는 코카-콜라 저니와 함께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으로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마시즘(http://masism.kr)'은 국내 유일의 음료 전문 미디어로,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코카-콜라의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리뷰합니다. |
음료적으로 완벽한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이 배경으로 마을에 일어난 미스터리한 일을 헤쳐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네를 구석구석 헤치고 다니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면 그 시대의 음료, 옷, 게임, 패션 등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제는 추억에 잠기려고 하면 사람이 없어지거나, 괴물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것이다.
(눈빛만으로도 코-크를 찌그러트리는 재활용 지킴이 일레븐)
거기에 정체불명의 소녀 '일레븐'이 등장한다. 그녀의 특별한 힘은 코카-콜라로 증명되었다. 비밀 실험 기지에서 실험을 당하던 일레븐은 단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코카-콜라의 캔을 찌그러트려 버렸다.
음모론과 초능력의 콜라보. 그렇다. 미국 정부는 보다 유용한 캔 재활용을 위해 초능력자를 기르고 있는 것이다(아니다).
호킨스의 아이들은 시즌 1에서는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서, 시즌 2에서는 마을을 노리는 괴물들을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시즌 3에서는 스케일이 커져버린다. 더욱 강하고 거대한 괴물이 나왔고, 이름을 몰라 '스미노프(러시아 보드카 이름)'라고 불리는 소련인들이 나타났고, 이들을 피해 도망친 편의점에서 '뉴 코-크'가 나온다.
편의점에서 뉴 코-크를 맛있게 마시는 루카스 싱클레어를 보는 친구들의 표정은 시즌 3의 백미다. 그들은 말한다.
"어떻게 그걸 마시냐?"
뉴 코-크가 뭐길래
그렇게 놀라는 걸까?
(루카스를 지켜보는 맥스의 표정이 말해 준다)
우리는 왜 아이들이 그런 떨떠름한 표정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즈의 인터뷰에 따르면 '뉴 코-크'를 등장시키는 것은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가 1985년을 배경으로 정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1985년에 나온 뉴 코-크는 99년간 지켜온 코카-콜라의 맛이 바꿔버린 역대급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결정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코카-콜라는 여전히 사랑받지만 익숙했고, 경쟁자들은 코카-콜라를 도발하며 경쟁하고 있었다. 때문에 코카-콜라는 20만 번의 시음회를 통해서 완전히 업데이트된 맛을 선보인다.
문제는 사람들은 코카-콜라의 맛이 변하자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항의 전화와 항의 편지를 보냈고, 시중에 남아있는 기존의 코카-콜라를 사재기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각종 항의 단체가 생기고 시위도 벌어졌다. 결국 뉴 코-크 시대는 79일 만에 무너졌다.
1985년 7월 11일, 기존 코카-콜라가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것이다. 옛날 맛으로 돌아왔을 뿐인데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게 함정. 이거야말로 기묘한 이야기가 아닐까?
뉴 코-크는
기묘한 이야기를 타고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 맞춘 코카-콜라 스토어, 2019년 사이트 맞습니다)
그렇다. 1985년이라는 배경에서 기묘한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이 괴물과 싸우는 동안, 미국인들은 코카-콜라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때문에 기묘한 이야기에 나온 '뉴 코-크'는 단순한 소품이 아닌 존재 자체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브제가 되었다.
문제는 드라마 속의 뉴-코크가 2019년 현실에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을 기념해 미국에는 로고가 '뒤집힌(Upside-down) 자판기'나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코카-콜라 스토어'에 가면 한정으로 풀린 뉴 코-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이 사실만으로도 코카-콜라 팬들 심장은 비트박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마시즘의 손에 뉴-코크가 들어왔다. 디카프리오가 25년 만에 오스카 트로피를 탄 느낌으로 리뷰를 해보도록 하자.
(요원님께서 코카-콜라’만’ 이만큼 보내주셨다, 이 영광을 어디에 바쳐야 할까)
뉴 코-크. 등장부터 압도적인 멋짐이다. 일단 로고부터 다르다. Coke라는 애칭으로 적혀있는 힙한 디자인은 한눈에 구별이 된다.
이에 코카-콜라의 팬이자 코카-콜라가 뮤즈였던 앤디 워홀(Andy Warhol)은 뉴 코-크의 모습으로 ‘Coke Spill’이라는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원래는 타임지 표지로 의뢰를 받은 작품이었다는데, 세상에 나오지는 못했다.)
(앤디 워홀의 Coke spill, 저 아까운 것을 왜 흘려!)
뉴 코-크의 맛은 뭐랄까? 기존의 코카-콜라와 비교했을 때 달콤한 느낌이 강했다. 또 탄산이 톡 쏘기보다는 자잘하게 오래가는 타입의 음료였다. 하지만 제로 코-크나 다른 콜라음료와도 느낌이 사뭇 달랐다.
같은 조건에 놓인 콜라들을 향과 탄산부터 김이 빠진 맛까지 모두 비교해 보았는데(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제대로 소개한다!) 여러 콜라들의 장점을 합쳐놓은 느낌이다.
옛날에는 핍박(?)을 받았겠지만 절대 욕먹을 맛이 아니다. 코카-콜라를 대체하려고 했다는 것이 문제지. 뉴 코-크를 마셔봤다면 충분히 자부심을 부려도 좋을 맛이다.
성취도 실수도
코-크에게는 모두 추억이 된다
좋은 드라마는 단순히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인물들과 친구가 된 느낌을 들게 한다. 음료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코카-콜라에는 단순히 맛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추억과 감정이 함께 녹아있으니까.
때론 뉴 코-크처럼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코카-콜라와 팬들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마치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기묘한 이야기의 아이들처럼 말이다.
(뉴 코-크를 재출시 시킨 것만 따져도 기묘한 이야기는 인생 명작이다)
더위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기묘한 이야기가 돌아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원한 코카-콜라와 함께 이를 즐기는 것이다.
나도 마저 다 봐야 해. 한 손에는 리모컨, 한 손에는 뉴 코-크를 쥐고 1985년 호킨스 마을로! 다시 마시즘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