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이 이 정도? 136년 기록이 다 모여있는 코카-콜라 기록보관소

2019. 11. 26

애틀랜타 코카-콜라 본사에는 코카-콜라의 130 여 년이 넘는 기록을 다 모아놓은 기록보관소가 있다. 허가 없이는 직원들조차 들어갈 수 없는 코카-콜라의 공식 기록보관소! 그곳에 저니 에디터가 다녀왔다.

(코카-콜라 기록보관소 담당자인 케이틀린 바우론(Caitlin Bowron)이 취재진을 안내해주었다.)
 

철통 보완을 뚫고(?) 입성한 기록보관소의 첫인상은 ‘도서관’에 가까웠다. 모든 기록들이 테마별, 시대별로 켜켜이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얼마나 많은 아이템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수십 개의 비밀의 문을 열자 각종 진귀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템들을 살펴보려면 한 달이라는 시간도 부족할 듯싶었다.

(모든 기록들이 주제별,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비밀의 문이 열리면…!)

(예술품을 비롯한 각종 진귀한 기록들이 진열되어 있다.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9세기 프로모션 아이템부터 코카-콜라 병의 원본 스케치, 역대 브랜드 패키지 변천사, 1950년대 자판기 등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역사적 자료들이 이곳에 보관돼 있었다. 이 많은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 역사가(historian)라 불리는 아카이빙 전문가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곳에서 인상 깊게 봤던 몇 가지 신기한 아이템들을 아래에 소개한다.

코카-콜라 디자인 원본 스케치

코카-콜라 하면 특유의 병 모양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디자인만으로 코카-콜라를 구분할 수 있도록 애초에 의도를 갖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가 인기를 얻기 시작할 무렵 모방 제품들이 엄청나게 생겨났다. 이로부터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코카-콜라만의 특별한 디자인을 만들기로 했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만져도, 깨진 병 조각들만 보고도 코카-콜라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건.

위 그림은 최종 선정됐던 디자인의 원본 스케치로 볼록한 곡선과 길게 늘어진 세로 선이 특징이다. 코코아 열매를 모티브로 했으며, 1915년 디자인 특허를 받았다.

코카-콜라 병 디자인 견본

왼쪽 병은 최종적으로 선정됐던 코카-콜라 원본 스케치를 실제로 만들어낸 견본품이다. 막상 공장에서 제조하려고 하니, 크기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갸름한 형태로 디자인을 다듬었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코카-콜라 병의 형태로 변화되었다.

역대 브랜드 제품 패키지

기록보관소에는 코카-콜라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의 역대 음료 패키지들을 볼 수 있다. 코카-콜라는 물론 스프라이트, 환타, 파워에이드 등 500여 개 브랜드의 변천사들을 확인할 수 있고, 올림픽, 월드컵 등을 기념하는 한정판들도 볼 수 있다. “오, 이 음료가 이런 디자인이었던 적이 있다고?”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곳.

1988 서울올림픽 성화봉

코카-콜라 기록보관소에 88 서울올림픽 성화봉이 있다? 그 이유는 코카-콜라가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부터 90여 년간 올림픽 파트너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화봉송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게 된 것도 코카-콜라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올림픽 성화봉송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100년 전 네온사인 (아직도 작동함!!)

에디터가 기록보관소에 가서 가장 놀랐던 아이템이 바로 이것.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네온사인이다. "코카-콜라, 함께 마셔요!" 등 추억의 메시지들이 흘러나온다.

1950년대 코카-콜라 자판기

1950년대 코카-콜라 자판기도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10센트 동전을 넣으면 자판기 문이 열리고, 코카-콜라를 꺼내 마실 수 있다.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 동전 투입구 아래쪽에 병따개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코카-콜라 무료 샘플링 쿠폰

1890년대, 코카-콜라 CEO였던 아사 캔들러(Asa Candler)가 발명한 코카-콜라 무료 샘플 쿠폰.

당시 코카-콜라는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를 알리기 위해 무료 쿠폰 마케팅을 생각해냈다. 캔들러는 사람들이 일단 코카-콜라를 마셔보기만 한다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전략은? 대성공! 1894년부터 1913년까지 20년 동안 코카-콜라로 교환된 쿠폰만 약 850만 개에 달한다는 사실.

19세기 코카-콜라 프로모션 아이템

마케팅의 천재로도 불렸던 아사 캔들러는 무료 쿠폰 외에도 달력, 시계, 접시 등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어 코카-콜라를 홍보했다.

사진에 등장하는 접시는 약국 등 코카-콜라를 판매하는 곳에 나눠줬던 것으로, 손님들에게 잔돈을 거슬러줄 때 이 접시에 올려서 줬다고 한다. 접시에는 코카-콜라의 모델들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접시를 광고 미디어로 활용했던 캔들러의 센스가 돋보인다(!)

또한 초창기 코카-콜라는 지금처럼 병에 담아서 파는 것이 아니라, 소다파운틴(Soda fountain)에서 탄산수를 뽑은 다음 시럽에 섞어 만들어줬다.

18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도 잘 알려진 소다파운틴은 늘 코카-콜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 속 아이템은 코카-콜라 판매가 많이 이뤄지는 곳에 나눠줬던 시럽 디스펜서. 세라믹으로 만들어져 빈티지함이 더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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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보관소는 단순히 코카-콜라의 역사적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해둔 곳이 아니라, 130여 년간 사람들과 함께 쌓아온 추억을 모아두는 곳이다. 아이템 하나하나, 저마다의 이야기와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들이 깃들어 있다.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을 만들어갈 코카-콜라의 이야기도 이곳, 기록보관소에 차곡차곡 쌓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