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간 자판기부터 200여 개 옵션을 제공하는 자판기까지... 코카-콜라 자판기의 역사

2020. 3. 29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한 약국의 연구실에서 탄생한 코카-콜라가 어떻게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음료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코카-콜라가 탄생한 1886년부터 130여 년이 넘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엔 언제 어디서나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만들어준 '자판기'의 발전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은 우주왕복선에 실린 코카-콜라 머신부터 200여 개 옵션을 제공하는 자판기까지 '코카-콜라 자판기'의 역사를 준비했다.

당기면 시럽이 나오는
시럽 디스펜서

(1896, 휠링 포터리 컴퍼니, 웨스트 버지니아주 휠링 (The Wheeling Pottery Company. Wheeling, West Virginia))
 

자판기의 역사는 코카-콜라를 "마시는 방식"의 변화와 궤를 함께 한다. 제일 처음 코카-콜라는 약국에서 판매됐다. 당시만 해도 유리잔에 원액과 탄산수를 넣고 섞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위 사진은 1890년대 후반 코카-콜라의 CEO였던 아사 캔들러(Asa Candler)가 코카-콜라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만든 프로모션 아이템으로, 손잡이를 당기면 원액이 나오는 시럽 항아리다. (지금 시점에서 자판기라 부르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담고 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 50갤런(약 190리터) 이상의 원액을 판매한 약사와 판매상들에게만 특별히 제공됐다고 한다.

코카-콜라 로고와 함께 "상쾌하고(Exhilarating)" "맛있는(Delicious)"이라고 적힌 이 빈티지한 항아리는 특유의 디자인으로 코카-콜라를 알리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으며, 현재 코카-콜라 기록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다.

세상에 없던 기술의 등장?
돌 마스터 디스펜서 (Dole MASTER Dispenser)

(1933, 돌 밸브 컴퍼니, 시카고 (The Dole Valve Company, Chicago))
 

1920년대는 가정용 냉장고가 대중화되는 등 냉장 기술이 점차 발전하던 무렵이었다. 1923년 세 번째 CEO에 오른 로버트 우드러프(Robert Woodruff)는 언제, 어디에 가더라도 사람들이 동일하면서도 완전한 맛과 서비스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코카-콜라를 잔으로 만들어 팔 때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에서 조금씩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품질 관리와 개발을 담당할 기술팀을 최초로 만들었고, 오랜 연구 끝에 1933년 '돌 마스터 디스펜서(Dole MASTER Dispenser)'라는 자판기를 개발해 음료계에 혁신을 일으키게 된다.

음료를 추출할 때 원액과 탄산수를 그 즉시 냉각 및 혼합하는 원리로, 손잡이를 당기기만 하면 완성된 음료가 나오는 것이다. (영화관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하는 음료 자판기를 생각하면 된다.)

시카고에서 열린 '진보의 세기(Century of Progress)' 박람회에서 공개되자마자, 사람들은 세상에 없던 기술의 등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최초의 자동 판매기
밀스47 (Mills 47)

(1938, 밀스 노벨티 컴퍼니, 시카고 (Mills Novelty Company, Chicago))
 

1937년, 코카-콜라는 코인 자판기를 미국 전역에 도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국 자판기 도입 계획을 마련하고, 이듬해 최초의 자동판매기 "밀스 47(Mills 47)"를 출시했다. 동전을 넣으면 코카-콜라 병이 나오고, 병따개 장치가 있어 병뚜껑도 그자리에서 바로 딸 수 있었다. 

『클래식 소다 머신(Classic Soda Machines)』의 저자 제프 월터스(Jeff Walters)는 밀스 47은 당시 병을 판매할 수 있도록 개발된 유일한 자판기였다고 말한다. 이 기계의 발명으로 코카-콜라는 "언제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음료로서 사람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자판기 디자인의 혁신,
돌 디럭스&사이테이션 디스펜서

(왼쪽) 1947 돌 밸브 컴퍼니, 시카고(Dole Valve Company, Chicago), (오른쪽) 1958 돌 밸브 컴퍼니, 시카고(Dole Valve Company, Chicago)
 

자판기가 네모 반듯해야 한다는 법이 있을까? 자판기 하나에도 코카-콜라만의 아이코닉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1947년 개발한 돌 디럭스 디스펜서(Dole DELUX Dispenser)는 산업 디자이너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의 작품(위 사진에서 왼쪽)으로 코카-콜라 자판기를 좀 더 현대적인 느낌으로 바꾸고, 보다 많은 음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조도 효율적으로 바꾸었다.

1947년 돌 디럭스 디스펜서가 출시되자마자, 그 즉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레이먼드 로위는 1955년 코카-콜라 병 리뉴얼을 맡기도 했다.) 

1959년 더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반영한 돌 사이테이션 디스펜서(Dole Citation Dispenser, 위 사진에서 오른쪽)는 뉴욕의 유명 산업디자인 회사인 호그먼 버크(Hodgman-Bourke) 스타일로 제작됐다.

스탠드형 자판기
벤도 44 (Vendo 44)

(1956, 벤도 컴퍼니,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The Vendo Company, Kansas City, Missouri))
 

벤도 44(Vendo 44)는 스탠드형 자판기로 현재까지도 수집가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1956년에서 1959년까지 약 3년간 생산된 것만 무려 8,000대가 넘는다. 누가 봐도 코카-콜라를 떠올리게 하는 시그니처 컬러 레드와 화이트의 조합, 귀여운 스프라이트 보이(Sprite Boy)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회사원들의 휴식 친구
브레이크메이트(BreakMate)

(1988, 보쉬-지멘스, 독일 뮌헨 (Bosch-Siemens, Munich, Germany))
 

브레이크메이트(BreakMate)라는 이름처럼, 사진 속 왼쪽 기계는 회사원들의 짜릿하고 상쾌한 휴식 시간을 위해 개발된 미니 자판기다. 직원 수가 5명에서 50명 사이인 사무실을 겨냥해 나온 제품으로 1985년 테스트를 거쳐 1988년 미국 전역에 출시됐다.

콜라에서 환타까지
웨스팅하우스 WB 60-K6

(1960, 웨스팅하우스 전기 주식회사,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The Westinghouse Electric Corporation, Pittsburgh, Pennsylvania))
 

1960년대 초 코카-콜라는 시장 진출에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환타, 스프라이트 등 코카-콜라 이외의 브랜드를 병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6.5oz(190ml) 표준 사이즈 코카-콜라 병을 제공하는 버튼식 자판기로는 다양한 제품들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음료 패키지 형태와 용량이 다양해지면서, 자판기도 달라질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발한 웨스팅하우스 WB 60-K6 자판기는 다양한 가격대의 캔, 병 등을 뽑아 마실 수 있게 만든 모델이다.

우주로 보내진 코카-콜라
스페이스 디스펜서

(1996, 보쉬-지멘스, 독일 뮌헨 (Bosch-Siemens, Munich, Germany))
 

코카-콜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우주인들도 우주에서 마음껏 마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 놀라지 마시라. 이번에는 코카-콜라가 우주로 보내질 수 있도록 만든 자판기다. 코카-콜라는 꽤 오래전부터 이것이 가능하도록 수많은 연구와 투자를 진행해왔다. 무중력 상태에서 어떻게 코카-콜라의 맛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1996년 우주왕복선 엔데버(Endeavour)를 타고 네 번째 우주여행에 오른 코카-콜라 포스트믹스(post-mix) 자판기다.

이 자판기의 발명으로 우주비행사들은 처음으로 자신이 원할 때마다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됐다. 당시 우주비행사 6명이 마신 음료는 총 90잔이었다고.

취향대로 골라 마시는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머신


(위, 사진) 2008년 프리스타일 머신 프로토타입 (아래, 영상) 현재 프리스타일 머신
 

2008년을 기점으로 코카-콜라의 자판기는 다시 한번 혁신을 거듭한다.

이때 출시된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머신(Coca‑Cola Freestyle Dispenser)은 정밀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늘렸다. 각 음료마다 칼로리, 향과 맛 등을 디테일하게 선택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료를 만들어 마실 수 있게 한 것. 완전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당시 디자인은 페라리와 마세라티 외관을 디자인한 피닌파리니(Pininfarini)가 담당했다. 

프리스타일 머신은 2008년 출시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해왔고, 최근 기종인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9100은 총 200여 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음료 시장 조사업체인 베버리지 다이제스트(Beverage Digest)가 뽑은 “2018년 최고의 기술 혁신(Best Technology Innovation 2018)”에 선정,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Industry Forum) 와 굿 디자인상(Good Design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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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자판기는 단순한 기술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카-콜라 자판기의 역사는 곧 음료의 역사이고, 라이프 스타일의 역사다.

자판기의 변화를 보며 그때 그 시절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추억해볼 수 있고, 새삼스레 우리의 삶이 굉장히 편리해졌구나 하는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빈티지 항아리에서 시작해 이렇게 첨단 기술을 담은 자판기로 발전했으니 말이다.)

디자인과 성능도 가지각색이고 자판기는 지금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딱 한 가지가 있다면 '맛있는 음료를 언제, 어디서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마시자'는 코카-콜라의 비전, 바로 “Refresh the World”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