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방촌닭 류호 사장 이야기
2026. 08. 31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삶이다. 신흥시장에서 전기구이 통닭 전문점 ‘해방촌닭’을 운영하는 류호 사장은 그 바람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다.
오래된 골목의 분위기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신흥시장의 풍경은 일찍부터 그의 마음을 붙잡았다. 언젠가 이곳에 자신의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 머물렀고, 마침내 해방촌닭으로 이어졌다.
좋아하는 것을 현실로 만든 선택
2008년부터 해방촌에 살기 시작한 류호 사장은 친구를 통해 처음 신흥시장을 알게 됐다. 반듯하게 정돈된 동네는 아니었지만,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 서로 다른 모습의 가게들이 뒤섞인 풍경 속에서 묘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꼈다.
“신흥시장이라는 공간이 가진 바이브가 정말 좋았어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곳 같았죠.”
해방촌닭을 연 것은 코로나19로 많은 가게가 문을 닫던 시기였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류호 사장은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았다. 오랫동안 신흥시장을 오가며 이 골목의 매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는, 언젠가는 이곳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품어온 요리사의 꿈을 가장 ‘나답게’ 펼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카메라와 주방을 오가며
요리사의 꿈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중학생 때부터 요리고 진학을 희망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영상을 전공했고, 이후 10년 가까이 방송 PD로 일했다. 요리는 마음 한쪽에 남겨두었지만,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엔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를 배웠고, 여행을 떠날 때도 늘 음식과 식당을 중심으로 둘러봤다. 메뉴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디자인, 손님이 머무는 방식까지 눈여겨봤다. 요리를 잠시 미뤄둔 시간은 오히려 음식을 더 넓게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방송도 요리도 결국 사람들에게
하나의 장면과 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이에요.
카메라로 보여주느냐, 음식으로 보여주느냐의 차이죠.”
그리고 마침내 해방촌닭을 열기로 결심했을 때, 그는 방송 일을 그만두고 요리사가 되는 대신 두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길을 택했다.
해방촌닭의 메뉴와 내부 공간에는 류호 사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아토피로 고생했던 경험은 음식에 대한 기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신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고민했고, 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전기구이 통닭을 선택했다. 식당 안을 채운 물건과 브랜드 역시 유행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것을 기준으로 골랐다.
그에게 음식은 접시에 담긴 메뉴만을 뜻하지 않는다. 맛은 기본이고, 그 음식을 먹는 장소의 분위기와 사람, 그 안에서 생기는 경험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바라본다. 메뉴는 물론 공간을 채우는 소품과 제공되는 음료까지도 그 경험을 완성하는 요소인 것이다.
제각각이라 매력적인 신흥시장
류호 사장이 말하는 신흥시장의 매력은 ‘정해진 모습이 없다’는 데 있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가게, 서로 다른 취향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골목 안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공존한다.
“신흥시장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에요.
다들 개성이 강하고,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그는 이곳을 농담처럼 '제멋대로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 자유로움이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얼음이 떨어지면 옆 가게에서 빌리고, 음료가 부족하면 서로 품앗이한다. 각자의 취향은 존중하면서도, 도움이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먼저 손을 내민다.
신흥시장은 그에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모습이 되지 않아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곳이다. 류호 사장이 오랫동안 이 골목을 아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흥시장을 하나의 이야기로
류호 사장은 코카-콜라 프로젝트 이후 신흥시장의 가게들과 상인들이 전보다 더 끈끈하게 연결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코카-콜라는 신흥시장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준 좋은 매개체였어요.
각자의 개성은 그대로인데 전체 톤앤매너가 맞춰져 하나의 브랜드처럼 느껴지게 했죠.”
그는 이 변화를 '모서리가 다듬어진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해진 것이 아니라, 제각각이던 가게들이 하나의 골목 안에서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프로젝트 이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늘었고, 해방촌닭 역시 이전보다 더 많은 손님들과 만나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류호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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