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레시피, 신흥시장에서 이어가다
팟카파우 파우 사장 이야기
2026. 08. 31
해방촌 신흥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중 태국 음식점 '팟카파우'는 파우 사장이 100년 가까이 이어온 가족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태국의 맛을 선보이는 곳이다.
파우 사장에게 신흥시장은 태국의 맛을 가장 자신답게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향의 맛과 문화를 전하며, 이제는 신흥시장의 한 구성원으로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고 있다.
낯선 나라에서 만난 삶의 터전
파우 사장이 한국에 처음 온 것은 약 20여 년 전이다. 태국에서 셰프로 일하던 그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 정착했다. 하지만 낯선 환경과 언어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던 중, 아내와 함께 우연히 발견한 곳이 바로 해방촌 신흥시장이었다. 골목을 본 순간, 이곳이 자신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4,000km를 날아왔는데, 포기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죠.
그러다 신흥시장을 처음 봤을 때 '여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공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주방과 손님을 맞을 몇 개의 테이블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파우 사장은 신흥시장 골목에서 팟카파우의 문을 열었다.
100년을 이어온 가족의 레시피
파우 사장에게 요리는 새로운 도전이 아니었다. 가족 대부분이 요리사였고, 식당과 함께 농장과 채소밭도 운영했다. 덕분에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식재료가 자라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것은 11살 무렵이었다. 양파를 다듬고, 시장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고, 하루 세 번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 그에게 요리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요리 학교에서 체계와 기술을 배웠지만, 재료를 다루는 감각과 주방의 리듬은 모두 가족에게서 익혔다.
파우 사장이 선보이는 메뉴는 태국 동북부 이산(Isan) 지역에서 이어져온 음식이다. 강하고 투박한 풍미,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이 지역 음식의 특징이다. 팟카파우의 대표 메뉴인 팟카파우무쌉(태국식 볶음밥)을 비롯해 똠얌꿍, 쏨땀 등은 증조할머니에서 어머니로, 다시 파우 사장에게 전해진 100년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가 만드는 음식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먹던 음식이에요.
그 맛을 알아봐 주는 손님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합니다.”
파우 사장이 전하고 싶은 것은 오래된 레시피만이 아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먹었던 음식과 그 안에 담긴 편안함이다. 집에서 먹는 따뜻한 음식 한 끼가 지친 하루를 위로하듯, 팟카파우를 찾는 사람들도 한 끼 식사를 통해 같은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란다.
신흥시장은 나의 두 번째 고향
파우 사장이 신흥시장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것은 사람이다. 함께 식사하고, 영업을 마친 뒤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어느새 그의 일상이 됐다.
“한국에는 '정(情)'이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저는 그 단어를 정말 좋아해요.”
그에게 정은 단순히 다정한 마음만을 뜻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기꺼이 나누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해결하려는 마음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대화하며 시간을 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신뢰이기도 하다.
배경과 생각이 다른 만큼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모두에게 더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간다. 낯선 나라였던 한국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신흥시장이 집처럼 편안한 곳이 된 것도 결국 그 안의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렇게 신흥시장은 파우 사장에게 두 번째 고향이 되었다.
여러 색이 모여 완성되는 신흥시장
파우 사장은 신흥시장을 여러 사람이 함께 완성해 가는 하나의 그림에 비유한다. 모두가 같은 색만 사용한다면 좋은 그림이 완성될 수 없듯, 시장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일 때 비로소 신흥시장만의 모습을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그는 이러한 다양성이야말로 신흥시장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특히 〈코카-콜라 X 신흥시장〉 프로젝트는 골목이 지닌 여러 모습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코카-콜라 프로젝트를 통해 신흥시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꼈어요.
혼자보다 함께할 때 더 좋은 시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파우 사장은 앞으로도 신흥시장이 지금처럼 다양한 음식과 문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으로 남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가게들이 각자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함께 시장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곳. 오늘도 그는 팟카파우의 주방에서 태국의 맛을 전하며, 자신만의 색으로 신흥시장의 풍경을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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